아래 내용은 PD수첩 2차 국민소송 및 재미교포 소송에서 제출한 준비서면입니다.

1. 머리말

원고는 피고들의 허위․왜곡 보도를 인하여 정신적 손해를 입었으므로 그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고 있습니다. 원고들은 우선 불법행위의 대상이 되는 이 사건 보도의 허위성을 지적한 다음, 언론 보도로 인한 표현행위에 대하여 위법성의 논거와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 책임의 논거를 차례대로 설명하고, 끝으로 피고들이 인용하고 있는 참고판결¹⁾의 판시 이유를 반박하는 방법으로 변론하겠습니다.

2. 허위․왜곡 보도

 가. 서론

피고 문화방송은 2008. 4. 29. 23:00경부터 24:00경까지 60분 동안 PD수첩 프로그램에서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라는 제목의 방송(이하 ‘이 사건 방송’이라 한다)을 하였습니다. 피고 문화방송은 이 사건 방송에서 광우병에 걸린 미국산 쇠고기가 2008. 4. 18. 개정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으로 인하여 국내로 수입될 수 있고 이로 인하여 국민들이 광우병의 위험이 완전히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이 사건 방송은 주저앉은 소(일병  downer cow, 이하 ‘다우너 소’라 한다)에 대하여 동물학대가 자행되고 있는 충격적인 동영상을 내보내면서, “광우병에 걸린 소가 마구 도축되고 있다.”, “미국 버지니아에 거주하는 20대 여성이 인간광우병에 걸린 지 수 일만에 사망했다.”, “한국 사람들은 유전적으로 광우병에 극도로 취약하다.”는 내용을 보도하였습니다.

피고들이 이 사건 방송에서 어떻게 진실을 왜곡하고 조작하였는지 차례대로 설명하겠습니다.

나.  다우너 소에 대한 허위 과장 보도

 (1) 방송 내용

이 사건 방송은 다우너 소를 광우병에 걸렸거나 걸렸을 가능성이 큰 소라고 허위 보도하였습니다. 구체적인 방송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가) 동영상 내용 : 미국내 도축장에서 인부들이 전기충격기나 물대포로 주저앉은 소에 충격을 줘 억지로 일으켜 세우고 지게차로 소를 밀치는 동영상

(나) 내레이션 : “미국은 2003년 첫 광우병 발생 후 주저앉은 증상을 보인 모든 소의 도축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주저앉은 소라도 최초 검사를 통과한 후 주저앉으면 도축이 가능하다. 이 소들은 검사를 통해 도축장으로 갔다.”

(다) 마이클 클래거의 인터뷰 자막 : “많은 사람들은 심지어 이런 소가 도축됐다고는 생각하지 못할 거예요”,

“현장책임자에게 왜 (광우병 의심 소를 억지로 일으켜 도살하냐고) 물었더니, 상사들이 그렇게 하라고 지시했다고 했습니다.”

(라) 송일준 PD : “아까 광우병 걸린 소 도축되기 전 모습도 충격적이고, 또 아레사씨인가요? 죽음도 아주 충격적인데, 광우병이 그렇게 무서운 병이라면서도?

(마) 배경 포스터 : “목숨을 걸고 광우병 쇠고기를 먹어야만 합니까?”

 (2) 허위 과장 보도

  (가) 위 동영상은 본래 미국 소비자단체인 휴먼소사이어티가 2008. 1. 30. 미국내 도축장에서 다우너 소에 대한 비인간적인 학대를 고발하기 위하여 비밀리에 촬영하여 공개한 동영상입니다. 동영상 원본의 내용은 총 5분 30초 동안 다우너 소를 일으켜 세우는 인부들 장면, 전기충격기로 소의 눈 부위를 찌르고 지게차로 밀어붙이는 장면, 트럭 뒤 칸에 실려 있는 다우너 소, 소들이 검사관 앞을 걸어 지나가는 장면, 소의 코에 물을 계속 뿌리는 장면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휴먼소사이어티는 동물학대 실태를 고발하면서 병든 소가 규정에 따라 안락사되지 않고 식용으로 유통되는 점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였습니다. 다우너 소의 원인은 무려 59가지가 있으며 휴먼소사이어티에서도 다우너 소들의 식용 유통을 금지하는 이유에 관하여 병원성 대장균(E Coli O157), 살모넬라, 그리고 매우 드물게는 광우병에 감염되어 있을 위험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나) 피고 방송은 다우너 소의 동영상을 내보내면서 “미국은 2003년 첫 광우병 발생 후 주저앉은 증상을 보인 모든 소의 도축을 금지하고 있다.”는 내레이션을 함께 내보내 시청자들로 하여금 동영상에 나오는 다우너 소를 마치 광우병 증상을 보인 소로 인식되게 하였습니다. 또한 피고 문화방송은 휴먼소사이어티의 동영상 제작자인 마이클 클래거의 인터뷰 음성인 “I think a large percentage of population didn`t even realize that dairy cows were slaughtered even. Right?"를 내보내면서 자막으로 ”많은 사람들은 심지어 이런 소가 도축됐다고는 생각하지 못할 거예요”라고 보도하여, ‘젖소(dairy cows)’를 ‘심지어 이런 소’로 번역함으로써 시청자들로 하여금 광우병 증상을 보인 소가 도축되어 유통되고 있다는 인식을 갖게 하였습니다.

  (다) 또한 마이클 클래거가 “When the employees who were charged with the animal cruelty were asked, they said that their supervisors told us to do this."라는 인터뷰 음성을 “현장책임자에게 (왜 광우병 의심 소를 억지로 일으켜 도살하냐고) 물었더니, 상사들이 그렇게 하라고 지시했다고 했습니다.”라고 자막으로 처리하였습니다. 먼저 ‘charged with the animal cruelty’를 직역하면 ‘동물학대 혐의를 받고 있는’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광우병 의심 소를 억지로 일으켜 도살하냐고’로 번역한 것은 전혀 근거 없는 오역입니다. 또한 마이클 클래거의 인터뷰 원문에도 광우병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고, 도축장 직원은 동물학대 혐의로 기소되었으며, 인터뷰 전후 맥락을 살펴보아도 동물학대를 고발하는 내용이 명백하므로 ‘동물학대 혐의를 받고 있는’(charged with the animal cruelty) 부분을 ‘광우병 의심 소를 억지로 일으켜 도살하냐고’고 자막으로 처리한 것은 고의적으로 ‘다우너 소’를 ‘광우병 의심 소’로 조작하기 위한 허위 보도인 것입니다.

  (라) 송일준 PD는 ‘아까 광우병 걸린 소 도축되기 전 모습도 충격적’이라고 보도하였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피고들 스스로 허위성을 자인하였습니다. 피고들은 단순한 실수라고 변명하고 있으나 PD수첩의 전체적인 구성 내용을 보면 의도된 발언임에 틀림없습니다. 즉 다우너 소의 동영상(마치 다우너 소를 광우병 소로 인식하도록 내레이션), 마이클 클래거의 인터뷰(젖소를 ‘심지어 이런 소’라고 번역하여 동영상에 나오는 소를 광우병 의심 소로 오인하게 함), 아레사 빈슨의 장례식 장면과 로빈 빈슨의 인터뷰(아레사 빈슨이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한 것처럼 인식시킴)를 내 보낸 다음 송일준 PD가 그때까지 내보낸 동영상에 나오는 소를 ‘아까 광우병 걸린 소’라고 마침표를 찍듯이 정의함으로써 시청자들로 하여금 광우병 의심 소가 무방비로 도축과 그로 인하여 인간광우병에 감염된 환자가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는 인식을 갖게 한 것이므로 이는 단순 실수가 아니라 잘 짜인 각본에 의한 의도된 발언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또한 피고 문화방송은 “목숨을 걸고 광우병 쇠고기를 먹어야만 합니까?”라는 표어가 적힌 포스터를 배경화면으로 사용함으로써 송일준 PD의 발언의 효과를 극대화시켰습니다.

  (마) 이상과 같이 이 사건 방송은 다우너 소를 광우병에 걸린 소 또는 광우병 의심 소로 조작하여, ‘심지어 이런 소’가 허술한 검사체제 속에 특별한 제한 없이 도축되어 유통되고 있으며, 미국 내에서도 소비자단체에 의하여 이와 같은 사실이 방송을 통해 고발되었다고 보도하였습니다.

다. 아레사 빈슨의 사인에 대한 허위 과장 보도

 (1) 방송 내용

이 사건 방송은 아레사 빈슨의 사인을 인간광우병으로 허위 보도하였습니다. 구체적인 방송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가) 동영상 내용 : WAVY TV가 2008. 4. 8. 방송한 크로이츠펠트-야콥병에 관한 보도 내용, 아레사 빈슨의 장례식 장면,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인 로빈 빈슨의 인터뷰, 아레사 빈슨의 주치의 바롯의 인터뷰, 포츠머스 보건당국자의 인터뷰 장면

(나) WAVY TV 앵커 : “의사들에 따르면 아레사가 vCJD라는 변종 크로이트펠트 야콥병에 걸렸다고 합니다. 이 병은 뇌질환으로 뇌에 스펀지처럼 구멍이 뚫리는 것입니다. 이게 바로 인간광우병입니다.”

(다) 내레이션 : “고 아레사 빈슨씨. 그녀의 죽음은 가족뿐 아니라 이웃들에게도 충격을 안겼다. 그리고 먼 이국땅의 우리에게도 충격이 될 지 모른다. 그녀는 사망하기 전 ‘인간 광우병 의심 진단’을 받았다.”

(라) 로빈 빈슨의 인터뷰 : “사실은 내 딸이 인간광우병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도 없었고,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MRI검사결과 아레사가 vCJD(인간광우병)일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군요”, “아레사가 어떻게 인간광우병에 걸렸는지 모르겠어요”

(마) WAVY TV 방송 인용 보도 자막 : 의사들에 따르면 아레사가 vCJD 신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에 걸렸다고 합니다.

(바) 바롯의 인터뷰 : 일반 크로이츠펠트 야곱병(CJD)은 MRI를 찍으면 뇌의 가운데에 있는 시상이 정상적으로 나타납니다. 하지만 vCJD(인간광우병)면 뇌의 양쪽 시상베개(pulvinar)가 상처를 입고 변형됩니다. 입상사진을 통해 상태를 정확히 말할 수 있습니다.“

 (2) 허위 과장 보도

  (가) 크로이츠펠트-야콥병(Creutzfeldt-Jako Disease : CJD)은 사람에게서 발생되는 대표적인 프리온(prion) 질환인 반면,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variant Creutzfeldt-Jako Disease : vCJD)는 광우병에 걸린 소의 특정위험물질(SRM)의 섭취를 통해 발생하는 질환으로 보통의 CJD와는 발병원인, 임상경과 등이 달라 ‘변종’으로 명명되었습니다. CJD와 vCJD는 MRI결과 만으로는 명확히 구별할 수 없고 부검을 통해서만 확진이 가능합니다. 아레사 빈슨이 사망하자 미국 언론들이 그 사인을 두고 CJD, vCJD, 그밖에 감염 등 여러 가지 가능성을 언급하였으나 미국질병관리센타가 2008. 6. 12. 아레사 빈슨에 대한 부검과 역학조사 등을 실시한 결과 그 사망원인이 vCJD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나) 이 사건 방송은 아레사 빈슨의 사인에 관한 미국 내 방송이나 사건 관계자들에 대한 인터뷰 내용을 보도하면서 적극적으로 사인을 vCJD로 조작하거나 또는 취재 원문에는 그 사인을 CJD나 다른 감염등으로 인식할 수 있는 부분을 의도적으로 누락하여 아레사 빈슨이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한 것처럼 왜곡 보도를 하였습니다.

먼저 미국 언론들은 아레사 빈슨의 죽음에 관하여 보도하면서 아레사 빈슨은 사망하기 3개월 전인 2008. 1.23. 실시된 위절제술 직후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였고, 그 병명에 관해서도 CJD 또는 vCJD에 대한 가능성을 언급하였고, 그밖에도 감염, 뇌의 산소 부족, 간기능 장애, 신장 장애, 독극물 감염, 대사장애, 뇌종양, 뇌압상승, 영양실조 등에 대해서도 언급하였습니다. 그런데 피고들은 아레사 빈슨이 사망하기 3개월 전에 위절제술을 받았다는 사실과 위 수술 이후 증상을 보도하지 않았고, 3개월 전부터 진행된 증세를 마치 2주전부터 갑자기 시작된 것처럼 보도하였으며, 아레사의 사인에 대해서도 CJD와 그밖에 여러 가지 원인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하지 아니한 채 그 사인을 vCJD로 기정 사실화 하였습니다.

  (다) 피고들이 인용한 WAVY TV 방송의 원문에는 로빈 빈슨의 인터뷰 내용중 “아레사는 MRI를 통해 CJD라는 진단을 받았는데 쿱스펠트-야콥병(크로이츠펠트-야콥병)이라고 한다”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 방송은 MRI결과를 vCJD로 왜곡하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이 부분 인터뷰 내용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라) 피고들은 아레사 빈슨의 장례식 장면의 동영상을 내보내면서 내레이션으로 “고 아레사 빈슨씨. 그녀의 죽음은 가족뿐 아니라 이웃들에게도 큰 충격을 안겼다. 그리고 먼 이국땅의 우리에게도 충격이 될지 모른다. 그녀는 사망하기 전 ‘인간 광우병 의심 진단’을 받았다.”라고 보도하여 시청자들로 하여금 아레사 빈슨이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한 것처럼 인식하게 하였습니다.

또한 위 내레이션 직후 로빈 빈슨의 인터뷰 음성을 내보내면서 로빈이 “It`s just so amazed me that there`s so many people who is involved with disease (that) my daugther could possibly have, (and they) only lets me know that others can be affected by this"라고 한 것을 ”너무 놀라운 일이었죠. 우리 딸이 ‘걸렸던 병’에 다른 수많은 사람들도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요.“라고 번역하여 이를 자막으로 내보냈습니다. 로빈 빈슨이 ‘could possibly have’ 즉 걸렸을지 모른다고 말한 것을 이 사건 방송은 ‘걸렸던 병’이라고 번역함으로써 시청자들로 하여금 아레사 빈슨의 사인을 인간광우병으로 단정하게 하였습니다.

피고들은 이 사건 방송이 보도된 이후 ‘걸렸던 병’이라고 번역한 것은 번역상의 잘못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 사건 방송 전체의 구성등을 종합하면 이 부분 역시 피고들이 광우병 공포를 조장하기 위한 의도를 가지고 오역한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마) 이 사건 방송은 로빈 빈슨의 MRI 검사 결과 인터뷰 내용을 보도하면서 로빈 빈슨이 “The results had come in from the MRI and it appeared that our daughter could possibly have CJD"라고 한 말을 ”MRI 검사 결과 아레사가 vCJD(인간광우병)일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군요“라고 자막으로 처리하였습니다. 즉 이 사건 방송은 로빈 빈슨이 MRI검사 결과를 ‘CJD’라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vCJD’로 오역하였습니다. 나아가 주치의 바롯의 인터뷰 장면에서 MRI 검사 결과는 틀릴 수 없다고 보도함으로써 아레사 빈슨의 사인을 vCJD로 판명된 것처럼 확정적으로 보도하였습니다. 명백히 ‘CJD’라고 한 말을 ‘vVCJD’로 번역한 것은 고의적인 사실 조작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바) 피고들은 광우병 환자들의 사진, 인간 광우병의 발생원인, 치사율, 세계 분포도 등을 설명한 다음 로빈 빈슨의 인터뷰 장면을 내보내면서, 로빈 빈슨이 “If she contracted it, how did she? Because she`s always lived in the same stste"라고 한 말을 ‘만일 걸렸다면’(If she contracted it) 부분에 대한 번역을 생략한 채 ”아레사가 어떻게 인간광우병에 걸렸는지 모르겠어요. 아레사는 버지아나에서만 살았고, 외국에 나간 적도 없거든요“라고 번역하여 자막 처리하였습니다. 이 사건 방송은 줄곧 버지니아에서만 거주해 온 아레사가 인간광우병에 감염되어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취지로 보도함으로써 이 방송을 시청한 원고로 하여금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될 경우 누구든지 인간 광우병에 노출될 수 있도록 인식되게 하여 극도의 공포심을 유발하였습니다.

  (사) 이 사건 방송은 아레사 빈슨의 부검에 관하여 보도하면서 내레이션으로 “발병 후 1주일만에 아레사는 사망하였다. 확실한 진단을 위해서는 뇌 부검을 해야 했다. 가족들은 부검에 동의했다. 보건당국은 보도자료를 통하여 아레사가 인간광우병인지 여부를 밝히기 위하여 조사중에 있다고 밝혔다.”라고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포츠버스 보건당국의 보도자료 원문에 의하면 “CJD와 vCJD는 서로 다른 질병이고 부검을 통해서만 확진을 할 수 있으므로, 아레사 빈슨이 어떠한 뇌질환으로 인하여 사망한 것인지 여부를 규명하기 위하여 조사 및 부검을 하였던 것으로 되어 있고, 실제로 부검 결과 vCJD의 가능성은 배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방송은 ‘뇌질환 관련 사망자 조사’를 ‘vCJD 사망자 조사'라고 조작하고, CJD와 vCJD는 서로 다른 질병이고 부검을 통해서만 확진할 수 있다는 부분을 생략한 채 vCJD는 ’쇠고기와 관련이 있다‘는 부분만 부각시켜 의도적으로 허위 보도를 하였습니다.

  (아) 이 사건 방송은 버지니아 보건당국 관계자에 대한 몰래 인터뷰 장면을 보도하면서 실제 인터뷰 원문은 “Right now I don`t have any answer. So I don`t have a plan to tell something. So I don`t have any answer"라고 한 부분을 ”지금(인간광우병으로) 결론이 나온 게 아니기 때문에 따로 계획은 없어요. 말씀드릴게 없네요.“라고 오역하였습니다. 즉 버지니아 보건당국자의 인터뷰에는 ‘인간 광우병’이라는 말 자체를 전혀 언급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보건당국자가 마치 ‘인간광우병’에 관하여 조사하고 있으며, 왜곡하여 보도하였습니다.

 (자) 이 사건 방송이 인용하고 있는 WAVY TV 원문이나 로빈 빈슨, 바롯, 보건당국자의 인터뷰에도 아레사 빈슨의 사인을 인간광우병으로 단정하고 있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그 후 미국 질병관리센타는 2008. 6. 12. 아레사 빈슨의 사망원인이 인간광우병이 아니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까지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방송은 마치 아레사 빈슨이 마치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한 것처럼 허위 보도를 하였습니다.

다.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으로 인한 광우병 위험 허위 과장 보도

 (1)  SRM 관련 허위 과장 보도

국제수역사무국(OIE)는 월령 30개월 이상 소의 경우 뇌, 눈, 두개골, 척수, 척주, 편도, 회장원위부 등 7가지 부위가 특정위험물질(SRM)에 해당하나, 월령 30개월 미만의 소의 경우 그 중 편도와 회장원위부 2가지만 특정위험물질에 해당한다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 방송은 “SRM, 광우병 위험물질(뇌, 눈, 두개골, 척수, 척주, 편도, 회장원위부) … 소의 특정위험물질은 모두 7가지, 지금까지는 우리나라에 유입된 적이 없던 부위들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30개월 미만의 경우, 편도와 회장원위부만 제거하면 남은 5가지는 들어올 수 있게 된다.”라고 보도하였습니다. 즉 이 사건 방송은 개정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으로 인하여 광우병 위험물질이 국내로 수입될 수도 있다고 허위 보도하였습니다.

(2) 한국인의 유전자형과 광우병의 감염 위험에 관한 보도

이 사건 방송은 “한국인 500여명의 유전자 분석을 실시한 결과 유전적으로 광우병에 몹시 취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프리온 유전자 가운데 129번째 나타나는 유전자형은 총 3가지. 이 중 지금까지 인간광우병이 발병한 사람 모두가 메티오닌 MM형이었습니다.”라고 보도하고, 한국인의 MM형 비율이 94.3%인 화면을 보여준 후 “즉 한국인이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섭취할 경우 인간 광우병이 발병할 확률이 94%가 된다는 것입니다.”, “MM형을 가진 사람이 미국인의 약 50%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시다시피 한국인이 영국인의 약 3배, 미국인의 약 2배 정도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라고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PD수첩이 근거로 삼은 한림대학교 김용선 교수의 논문은 vCJD에 관한 논문이 아니라 산발성 CJD에 관한 논문이고, 위 논문에는 “한국인의 94%가 가지고 있는 MM형 유전자가 광우병에 취약하다거나, 걸릴 확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주장한 사실이 없습니다. 모든 전문가들은 프리온 단백질 129코돈 유전자형으로 MM형, MV형, VV형이 있으나, 위 유전자형만으로 vCJD 발생 가능성을 단정할 수 없고, 발병 확률을 예측하거나 비교할 수도 없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또한 이 사건 방송이 인용한 Bishop교수나 Brown교수등의 논문에 의하더라도 사람이 광우병 프리온 단백질을 섭취하더라도 이종(異種)간 장벽 때문에 바로 vCJD가 발병되는 것이 아니며, 가사 헌혈등과 같은 동종(同種)간인 다른 사람으로부터 감염되더라도 단지 유전자형만이 vCJD의 발생가능성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 방송에서 한국인이 광우별에 걸린 쇠고기를 섭취할 경우 인간 광우병이 발병할 확률이 94%라는 보도는 아무런 근거 없는 허위 과장 보도입니다.

(3) 0.1그램의 감염으로 100% 사망이라는 허위 과장 보도

이 사건 보도에서 송일준 PD는 “광우병이 그렇게 무서운 병이라면서요?”라고 질문을 하고, 김보슬 PD가 “0.1g의 위험 물질만으로도 감염이 되기 때문입니다. … 감염되면 100% 사망하는 병입니다.”라고 약속한 답변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광우병 프리온 단백질은 이종 프리온 단백질이므로 종간 장벽 때문에 인간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거의 없고, 0.1.g의 위험물질만으로 감염이 된다는 것은 광우병 프리온 단백질을 소에 주입하거나 섭취하게 하였을 때에만 가능한 것입니다. 따라서 인간이 광우병 물질을 0.1.g이라는 소량만을 섭취하더라도 100% 사망한다는 보도는 허위 과장 보도입니다.

(4) 라면 스프 등을 통한 감염 위험성에 관한 허위 과장 보도

이 사건 방송에서 송일준PD는 “쇠고기만 또 안 먹는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잖아요”라고 질문하자, 이춘근PD가 “쇠고기뿐만 아니라 라면 스프, 알약 캡슐, 심지어 화장품 등에도 쇠고기 성분이 들어가기 때문에 실효성이 좀 의문시되고 있습니다.‘라고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라면스프, 화장품이나 의약품 등을 통하여 인간 광우병에 감염된 사례가 한 건도 없고, 소에서 유래된 물질에 의한 감염 가능성은 매우 낮기 때문에 OIE의 육상동물 위생규약 등 각종 안전규약에서도 이를 특별히 제한하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피고들은 근거 없이 광우병의 위험을 과장하여 허위 보도를 하였습니다.

3. 이 사건 방송의 위법성

 가. 언론보도에 대한 위법성의 인정 근거

  (1) 위법이란 법 내지 법질서에 위반하는 것으로서 법적으로 시인될 수 없는 것을 의미합니다. 표현행위가 법질서에 위반할 경우에는 당연히 위법성을 가지게 됩니다. 그 표현행위가 언론보도를 통해서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위법성을 인정하는데에는 장애가 되지 않습니다. 잘못된 언론보도에 대하여 법적으로 반론보도나 정정보도가 허용되고 있습니다. 결국 반론보도나 정정보도는 잘못된 표현행위에 대한 원상회복으로서의 당해 표현행위에 대한 부작위 내지 금지를 청구입니다. 따라서 모두 언론보도의 위법성을 전제로 한 제도입니다. 따라서 언론보도로 인하여 표현행위가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잘못이 있는 경우에는 당연히 위법성을 인정할 수 있습니다.

 (2) 위법성의 인정 근거는 표현행위가 법질서에 위반하기 때문이므로 그 위법성의 판단 기준은 당해 언론보도가 전체 법질서와 관련하여 허용될 것인가 아니면 금지될 것인가 여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3) 방송은 소리와 영상을 결합함으로써 총체적인 정보전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공적인 책임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즉 방송은 사회에 대하여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공적 책임을 부담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한국언론재단은 2008. 5. 3.부터 같은 해 6. 9.까지 한국리서치에 의뢰하여 하여 방송의 영향력에 관한 조사를 실시하였습니다. 이 조사는  1:1 면접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 10세 이상 65세 미만 성인 5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하여 95%의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1.4%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조사 결과 가장 영향력이 있는 매체 순서는 KBS(31.6%), MBC(21.8%), 네이버(17.3%), 다음(4.1%), 조선일보(4.0%), SBS(3.6%), 동아일보(2.2%), YTN(2.1%), 중앙일보(2.0%), 야후(1.0%) 등의 순서로 조사되었고, 신뢰하는 매체 순서는 KBS(30.0%), MBC(21.3%), 네이버(13.7%), 조선일보(5.2%), 다음(3.3%), 동아일보(301%), SBS(3.0%), 중앙일보(2.8%), YTN(2.0%), 한겨레(1.6%) 등의 순서로 조사되었습니다. 이와 같이 방송 3사의 신뢰율 합계는 54.4%이고 영향력의 총합은 57%로 방송의 보도 내용이 인터넷을 통하여 유포될 경우에는 방송의 위력은 실로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4) 방송은 공공재인 전파를 독점적으로 사용하고 있고, 소리와 영상을 결합함으로써 총체적인 정보전달력을 가지고 있으며, 시청자들의 적극적인 구독신청이나 구매행위 없이 누구든지 수상기만 설치하면 청취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공적 책임이 부여되고 있습니다. 즉 방송법 제1조는 “이 법은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 방송의 공적 책임을 높임으로써 시청자의 권익보호와 민주적 여론형성 및 국민문화의 향상을 도모하고 방송의 발전과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여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는 한편 시청자의 권익보호를 위한 방송의 공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방송법 제5조는 방송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민주적 기본질서를 존중하여야 하고,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권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되며, 지역간ㆍ세대간ㆍ계층간ㆍ성별간의 갈등, 범죄나 폭력을 조장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여 방송의 공적 책임을 선언하고 있고, 같은 법 제6조는 방송에 의한 보도는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하며, 정부 또는 특정 집단의 정책 등을 공표함에 있어 의견이 다른 집단에게 균등한 기회가 제공되도록 노력하여야 하고, 또한 각 정치적 이해 당사자에 관한 방송프로그램을 편성함에 있어서도 균형성이 유지되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5) 언론중재및피해구제등에관한법률 제30조는 “언론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인하여 재산상 손해를 입거나 인격권 침해 그 밖에 정신적 고통을 받은 자는 그 손해에 대한 배상을 언론사에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언론보도에 대해서도 당연히 위법성이 인정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6) 이상과 같이 언론보도가 방송법을 위반하거나 그 보도 내용이나 방식이 전체 법질서에서 허용될 수 없는 경우에는 당연히 위법성이 인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나. 이 사건 방송의 위법성

 (1) 이 사건 방송은 제2항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PD수첩 제작자들에 의하여 광우병 공포를 조장하기 위한 의도를 가지고 사실을 조작하거나 왜곡하여 보도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허위․왜곡 방송은 방송법 제5조 및 제6조를 명백히 위반하였다고 할 것입니다.

 (2) 언론이 여론형성에 기여하기 위하여 사회 각계각층의 다양한 목소리를 보도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언론이 직접 진실을 조작하거나 왜곡하여 보도하는 것은 전체 법질서에서 도저히 허용될 수 없습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방송의 여론형성 기능이 강조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객관적이고 공정한 보도에 의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사회에 절대적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방송이 객관성과 공정성을 상실한 채 방송 제작자들의 특별한 의도에 따라 진실을 왜곡할 경우 민주주의의 요체라고 할 수 있는 여론형성 기능이 왜곡될 수밖에 없으므로 이와 같은 불공정한 허위․왜곡 방송은 우리 법 체제에서 어떠한 이유로도 허용될 수 없다고 할 것입니다.

 (3) 이 사건 방송은 PD수첩 제작자들이 당초 의도한 바대로 우리 사회를 거의 마비시킨 광우병 촛불집회의 결정적인 도화선이 되었습니다. 즉 이 사건 방송이 보도되기 전까지는 광우병 관련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기껏 300명이 불과하였습니다. 광우병 괴담은 그 이전부터 있어 왔고, 한미 FTA 진행 과정에 따라 광우병에 관한 보도가 있었지만 광우병은 여전히 괴담 수준으로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이 사건 방송이 나간 후 첫 촛불집회인 2008. 5. 2. 집회에서 1만 명이 참가하였습니다. 본래 5. 2. 촛불집회는 ‘2MB탄핵투쟁연대’가 주최한 18번째 집회이었습니다. 이 단체가 주체한 10여 차례의 ‘BBK특검 철저수사 촉구’ 집회와 ‘잘못된 MB정책 규탄대회’ 등 17차례의 집회에서는 참여자의 수가 많아야 200명 정도였으며, 평균 30~40명 정도에 불과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같은 해 4. 18. 쇠고기 수입 협상이 타결되기 전이나 타결된 후에도 ‘2MB탄핵투쟁연대‘에 의한 촛불시위는 특별한 변화 없이 정기적으로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같은 해 4. 29. 이 사건 방송이 보도되고, 같은 달 30. MBC뉴스데스크가 광우병에 관한 보도를 내 보내자 광우병 공포는 인터넷과 핸드폰 문자메시지를 통해 순식간에 전파되고 그 결과 광우병 촛불집회가 본격적으로 촉발되었습니다.

 (4) 이상과 같이 이 사건 방송은 방송제작자들이 방송을 사유물인 것처럼 이용하여 의도적으로 광우병 공포를 조장하였고, 진실을 조작하여 허위․왜곡 보도를 하였을 뿐만 아니라 동물학대 장면과 20세의 젊은 여성의 죽음을 이용하여 광우병 공포를 극대화시켰으며, 그로 인하여 우리 사회를 마비시킨 광우병 촛불집회를 촉발하였으므로 이 사건 보도는 전체 법질서 체제에서 절대로 용납할 수도 없고 용납되어서도 아니 되는 위법을 범하였다고 할 것입니다.

4.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 책임

 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의 인정 근거

표현행위가 인격권을 침해할 경우 피해자가 입는 손해는 비재산적 손해인 정신적 고통으로 나타납니다.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은 20세기에 들어서 비로소 인정되기 시작하였으나, 오늘날 세계 각국에서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을 보편적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민법 제751조는 “타인의 신체, 자유 또는 명예를 해하거나 기타 정신상 고통을 가한 자는 재산이외의 손해에 대하여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 규정하여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책임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언론중재및피해구제등에관한법률 제30조 제1항은 “언론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인하여 재산상 손해를 입거나 인격권 침해 그 밖에 정신적 고통을 받은 자는 그 손해에 대한 배상을 언론사에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나. 인격권의 침해에 대한 손해 배상 책임

헌법 제10조 전문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여 인격권을 헌법의 최고 구성원리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헌법은 국가권력에 대한 단순한 방어권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가치질서를 이루는 원칙규범이므로 국가권력 뿐만 아니라 사인(私人)에 의한 침해로부터 보호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언론중재및피해구제등에관한법률 제5조 제1항은 “언론은 생명·자유·신체·건강·명예·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초상·성명·음성·대화·저작물 및 사적문서 그 밖의 인격적 가치 등에 관한 권리(이하 "인격권"이라 한다)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언론이 일반 시청자들의 인격권을 침해한 때에는 당연히 그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를 배상하여야 할 것입니다.

 다. 손해배상의 방법

손해에 대한 배상의 원칙은 금전배상이므로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은 위자료라고 하는 금전적 배상이 원칙입니다.

다만 민법 제764조는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자에 대하여는 법원은 피해자의 청구에 의하여 손해배상에 가름하거나 손해배상과 함께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을 명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언론중재및피해구제등에관한법률 제31조는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자에 대하여는 법원은 피해자의 청구에 의하여 손해배상에 갈음하거나 손해배상과 함께 정정보도의 공표 등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을 명할 수 있다. 정정보도의 청구에는 언론사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성을 요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표현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대해해서는 불법행위에 대한 원상회복으로서 반론보도, 정정보도, 사과문 게재 등의 방법이 허용될 수 있습니다. 금전배상과 원상회복은 서로 배타적인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병행할 수 있으므로 정신적 고통을 당한 피해자로서는 금전배상을 청구하면서 이에 병행하여 원상회복을 구할 수 있다고 할 것입니다.

 라. 복수훼손의 법리

소외 농림수산식품부는 피고 문화방송을 상대로 이 사건 방송에 대한 정정보도 및 반론보도를 청구하여 1심 승소 판결을 받았고, 같은 사건은 현재 항소심 소송 계속 중에 있습니다. 원고들이 정정보도등을 구하는 이 사건 청구가 이중배상인지 여부가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동일한 행위자에 의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복수의 3자에 대한 침해가 있는 경우에는 이는 별개의 소인(訴因)을 구성한다고 할 것입니다. 소외 농림수산식품부의 침해된 정신적 고통과 이 사건 원고들의 것이 서로 상이하기 때문에 위 두 개의 청구는 서로 소인을 달리한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비록 피고 문화방송에게 소외 농림수산식품부에 대한 불법행위 책임이 인정되어 정정보도의 판결이 선고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서로 소인을 달리하고 있는 이 사건에서는 독립해서 정정보도나 사과문의 게시를 청구할 수 있다고 할 것입니다.

5. 참고판결에 대한 비판

 가. 정신적 고통의 유형에 대한 판단의 부당성

참고판결은 원고들의 정신적 손해에 대한 주장을 (1) 쇠고기 등 먹거리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공포심이 생겼을 뿐만 아니라 정부가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을 제대로 하지 아니함으로 인하여 그 피해를 국민들이 보게 되었다는 정부에 대한 심한 불신감을 갖게 됨으로써 국가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완전히 상실하는 등 정신적 고통으로 인하여 일상생활이 지장이 있을 정도로 건강권, 행복추구권 등이 침해되었고, (2) 이 사건 방송으로 인하여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불법 촛불집회와 시위가 야기됨으로써 출퇴근시 교통의 불편을 겪었으며, (3)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문제에 대한 견해대립으로 원고들이 가정, 직장, 친지 사이에서 불화와 갈등이 초래되는 등의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는 주장으로 정리한 다음 그 주장 하나 하나에 대한 이유를 달아 그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그러나 원고들이 주장한 손해는 인격권의 침해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말하는 것이고, 참고판결이 정리한 내용은 원고들이 정신적 고통의 다양한 태양을 예시한 것에 대한 판단입니다. 참고판결은 마치 정신적 고통의 다양한 예시에 대하여 각각 별개의 손해가 발생하는 것처럼 일일이 판단하고 있으나 이는 정신적 손해 배상의 법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부당한 판단이라고 할 것입니다.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책임의 인정 여부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법익을 비교형량하여 수인범위를 벗어나는 지 여부, 가해자에게 무거운 귀책사유가 있는지 여부, 야기된 침해가 다른 방법으로 전보될 수 있는지 여부, 가해의 태양과 정도, 그 원인과 동기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입니다.

 나. 수인한도라는 판단에 대한 비판

참고판결은 방송이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방편으로 기능하는 점을 고려할 때 일반 시청자들이 겪는 정신적 고통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인한도 내에 있다고 보아야 하며,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들이 이 사건 방송을 접함으로써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방송사나 제작진에게 불법행위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참고판결이 수인한도를 불법행위 책임의 기준으로 삼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원고들도 수긍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방송이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기능한다거나 방송제작진에 대한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할 경우 사회적 문제를 고발하고 비판하는 본래의 기능이 위축된다는 등의 일반론을 근거로 항상 시청자에게 수인의무를 부여하고 방송사나 제작진에게 불법행위에 대한 면책특권을 부여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단입니다.

방송의 영역에 있어서 표현의 자유는 방송제작자들의 자유를 보장하는데 의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시청자들이 방송을 통한 정보를 향유한다는 취지에서 의의를 가지는 것입니다. 방송에 있어서 표현의 자유는 시청자를 통하여 비로소 구현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시청자들은 ‘공공적인 방송을 보장받을 권리’ 또는 ‘반공공적 보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권리’를 가지므로 불공정한 보도나 고의적으로 조작되거나 왜곡된 보도에 대해서도 이를 수인할 의무는 없습니다.

방송이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기능하고 사회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보도함으로써 여론형성에 기여하여 민주주의 사회의 중요한 제도로서 기능한다고 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방송이 거짓된 사실을 보도하여 국민들의 의사를 왜곡하고 여론을 조작하여 방송제작자들이 사적으로 의도하는 방향으로 여론을 선동해 나갈 경우 민주주의는 중대한 위험에 처할 수밖에 없습니다. 방송이 언론출판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로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영역은 어디까지나 객관적이고 공정한 방송의 영역에 국한되는 것입니다.

표현행위에 대한 위법성의 판단함에 있어서 소극적 요건으로 위법성 조각사유의 부존재를 들 수 있습니다. 즉 언론 보도가 진실하고 오로지 공익을 위한 것인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됩니다. 이와 같이 위법성이 조각되는 언론보도에 대해서는 누구든지 당연히 그 피해를 수인하여야 할 수인의무가 있습니다. 따라서 시청자들에 대하여 이 사건 방송인 인한 정신적 고통의 수인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방송 내용이 오로지 진실하고 공익을 위한 것이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시청자들에게 일방적 수인의무를 요구한 참고판결의 판시는 어느 모로 보나 부당한 판결이라고 할 것입니다.

 다. 상당인과관계 부인에 대한 비판

참고판결은 이 사건 방송과 불법적인 촛불집회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 사건 방송이 광우병 촛불집회를 촉발시킨 결정적인 도화선이 되었다는 점은 이미 공지의 사실입니다. 이 사건 방송이 보도되기 전까지 광우병은 괴담수준이 머물러 있었고, 광우병 관련 시위 참여자들도 평균 20~30명에 불과하였으며 많아야 200여명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이 사건 보도가 나가가 인터넷 자유게시판에서는 이 사건 방송을 보고 격분한 네티즌들의 게시글이 폭주하였고, 불과 3일 후에 개최된 촛불집회에 무려 1만 여명이라는 폭발적인 참여가 이루어졌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 방송과 광우병 촛불집회 사이에 인과관계를 부인하는 것은 명백히 위법한 판단이라고 할 것입니다.

 라. 여론형성과 수렴과정의 진통이라는 판단에 대한 비판

참고판결은 원고들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견해대립으로 고통으로 입었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이 사건 방송으로 인한 것이라 단정할 수 없고, 또한 견해대립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필연적으로 감수하여야 할 여론수렴과정에서의 진통이므로 원고들이 그 정신적 고통을 감수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참고판결의 지적과 같이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문제를 다룬 언론보도는 이 사건 방송 이외에도 여러 매체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 방송은 동물학대라는 충격적인 영상과 20세의 어린 여성의 죽음이라는 자극적인 영상을 이용하여 광우병에 무지한 시청자들에게 광우병의 공포를 자극하였습니다. 광우병에 관한 네티즌들의 게시 글에서는 대부분 이 사건 방송의 충격적인 영상을 언급하였습니다. 따라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문제를 언급한 언론은 더러 있었으나, 이 사건 방송은 사실을 왜곡하여 광우병의 공포를 자극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방송이 광우병 공포의 원인을 제공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판단은 아예 진실 보기를 외면해 버린 너무나 자의적인 판단이라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여론수렴 과정에서 진통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필연적이라고 하더라도 언론이 사실을 조작하여 일반 시청자들에게 그릇된 공포심을 자극하는 것까지 정당화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여론형성과 수렴과정의 진통이라는 이유로 피고들의 불법행위에 대한 면책을 선언한 참고판결의 판시는 위법을 면할 수 없습니다.

6. 맺는말

이상과 같은 이유로 피고들이 이 사건 방송을 통하여 위법을 범한 것이 명백하고 이로 인하여 원고들이 정신적 고통을 입게 되었으므로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