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12. 14.  헌법재판소의 개정사학법 공개변론에서 청구인측을 대리하여 구두변론한 내용 중 하나입니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그간 사립학교의 공공성을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사학에 대하여 자율성을 확보해 주어야 하고 교육의 본질을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강조하여 왔습니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에 있어 교육의 자주성·다양성·창의성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고, 특히 다양한 교육기회의 제공을 위해서는 사학 설립의 자유와 사학의 교육방향의 자유가 일반적으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밝힌 바가 있습니다.
또 공교육 제도가 지배적인 현대 사회에서도 사학을 인정하는 이유는 공립학교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다양성을 사학이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가 있습니다.

국공립학교는 보편적인 교육이념과 교육의 기회균등 원칙에 따라 표준화된 교육을 실시하여야 할 책무가 있기 때문에, 학교 나름의 특성을 개발하거나 배양하는데 본질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이에 반하여 그동안 우리 사학은 그 설립자나 교단의 특별한 설립이념을 구현하거나 독자적인 교육방침에 따라 개성있는 교육을 실시하는 역할을 수행하였습니다.
또 우리 사학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재산출연으로 국가의 공교육에 대한 투자능력의 한계를 자발적으로 보완해주는 역할을 수행하였습니다.

물론 사학도 공교육의 일익을 담당하기 때문에, 국가가 어느 정도 사학의 운영을 감독하고 통제할 권한과 책임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국가가 사학에 대한 감독과 통제를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사학이 그 물적, 인적 시설을 운영함에 있어서 자율성을 확보하여야 하고, 그 설립이념에 따라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는 사학의 본질을 침해하여서는 아니되는 것입니다.

이 사건 개정사학법은 학교운영위원회와 같이 법적 구속력을 가지지 아니한 단순한 자문기구를 두자는 것이 아니라, 정부 스스로 밝힌 바와 같이 사학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제도적 장치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사건 개정사학법은 사학의 자율성이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학을 설립하여 운영하는 주체인 학교법인은 법인격을 가진 독립된 단체로서 엄연히 헌법상 기본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학은 설립자나 교단의 뜻과 재산으로 독자적인 교육목적을 구현하기 위하여 설립된 것이므로, 사학 운영의 자주성을 보장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 바꿀 수 없는 본질적 요체입니다.
설립자나 사학이 사학을 자유롭게 운영할 자유는 독일기본법과 같은 헌법상 명문의 규정이 없어도 인정되는 헌법상 기본권의 하나입니다.

사학의 경영은 학교법인의 자율적 기본권에 속하는 것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고, 사학은 그 설립자나 교단의 사학 운영 기본방침인 정관에 규정된 설립목적이나 건학이념, 창학정신 및 종교교리에 맞게 운영되어야 합니다.
사학의 이사는 사학의 의사결정기관이자 의사집행기관을 구성하는 임원이므로, 사학의 설립목적에 맞추어 이사가 선임되는 것이야말로 사학의 설립목적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설립자에 의하여 선임된 이사나 그 이사에 의하여 선임된 후임이사에 의하여 사학의 설립목적이 영속적으로 보장되고 실현되도록 하는 것이 바로 사학의 자주성을 보장하기 위한 이사제도의 본질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국가는 사학의 공공성을 달성하기 위하여 사학에 대한 감독권을 행사하더라도, 그 감독권은 사학이 그 설립자가 작성한 정관이나 설립자의 뜻에 부합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이사 등 인적 제도를 보장하기 위한 범위내에서 그 감독권을 행사하여야 타당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 개정법의 개방형 이사제도는 사학의 설립자나 정관에 나타난 설립목적과는 전혀 관계없는 외부인사인 개방형 이사를 사학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타율적으로 제도화하자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타율적인 사학의 인적 제도를 두는 것 자체가 사학의 인사권 내지 경영권 등 본질적인 자율권을 침해하는 것입니다.

특히 사학의 설립자나 교단을 존중하지 않거나, 심지어 타도대상으로 삼는 외부세력이 장악한 학교운영위원회와 대학평의회에 의하여 개방형 이사가 추천·선임되는 경우에 사학의 이사회는 파행으로 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러한 경우, 사학이 그 건학이념을 실현하거나 국민에게 다양성을 제공한다는 존재의 의미는 아예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또 종교계 사학은 종교의 자유에 따른 종교교육을 제대로 실시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경우, 사학은 외부세력에 의하여 학내 분규에 따른 학교의 장악으로 이어질 것이고, 교육현장은 어린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이념교육장이나 학생의 수업권을 볼모로 한 정치투쟁의 장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할 것입니다.
이것은 그저 가상이나 기우가 아니라 우리의 쓰라린 경험이자 우리나라의 절박한 현실입니다.

설사 외부세력과 무관한 개방이사가 선임된다고 하더라도, 개방이사 제도의 취지가 공공성을 강화하는 데에 있고, 선임된 개방이사가 사학의 설립목적과 무관한 이상, 사학이 그 공공성에 대비되는 자율성을 추구하거나 건학이념 등 설립목적을 실현하는 데에 상당한 제한을 받게 되는 결과가 초래된다고 할 것입니다.

국가의 재정이 궁핍하여 국민에 대한 교육을 국가 혼자서 감당할 수 없었던 그 어려운 시절에, 국가는 후진양성에 뜻있는 인사들과 교단으로 하여금 사학의 설립을 권장하고, 이에 따라 설립자나 교단은 사유재산을 출연하여 우리 사학을 설립하였습니다.
자원과 자본이 절대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사학이 인재를 양성하고 전 세계가 극찬하는 산업화의 토대를 만드는 데에 크나큰 기여를 하였다는 사실을 누구라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국가는 사학과의 관계에서 사학의 자율권을 보장하고 사학의 설립목적에 따른 독립적인 경영을 보장한다는 헌법상의 약속으로 신뢰를 부여하였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사학의 신뢰를 보장하여야 마땅할 것입니다.
이는 헌법상 원리인 법치주의에서 파생하는 신뢰의 원칙에 해당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과거 미국 연방대법원에서는 국가는 정권이 바뀌더라도 사유재산을 사회에 내놓을 당시 대학 설립자와 국가가 맺은 신의를 계속 준수할 의무가 있고, 외부이사를 임명하도록 하는 법안은 사학의 공립화를 의미한다고 하여 위헌이라고 판결한 바가 있습니다. 

이 사건 개정사학법에 관하여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사학에 대하여는 투명성을 보장하고 부정과 비리를 일삼는 사학에 대하여는 적절한 통제를 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사학의 자율적 기본권이나 재산권 그 자체를 근본적으로 무시하면서 교육의 공공성이나 국가의 규제만을 우선하여 내세우는 반자유주의적인 주장입니다.
그리고 이는 절대다수의 건전한 사학을 범죄자 취급을 하여 우리나라의 모든 사학을 비리와 불투명성의 온상이라고 호도하는 반사회적인 주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한 사학으로부터 학생선발권과 등록금책정권을 이미 빼앗은 국가가 자립형사립교의 설립을 극도로 제한하고 있으면서 사학의 공공성만을 내세우는 이 사건 개정사학법을 시행하는 것은 결코 온당하지 못합니다.
또 이는 사학으로부터 다양화된 교육을 받고자 하는 학생,학부모 등 국민의 교육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 개정사학법은 사학의 지배구조를 변경시키거나 외부세력으로 하여금 사학을 장악하게 함으로써 '사학의 공립화 내지 사회화'라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일 뿐만 아니라, 국가가 사학의 설립자와 사학의 정당한 신뢰에 반하여 사학의 독립적 경영권 등 자율권과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입니다.
한편으로 이는 사학의 입장에서 한 푼의 보상도 받음이 없이 사학의 재산권을 강제로 빼앗기는 것으로서, 헌법상 재산권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 사건 개정사학법에 대하여 위헌성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었고 지금 국회에서는 이 사건 개정사학법의 재개정에 대한 논의를 벌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올바른 교육개혁은 사학의 공공성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의 자율성과 학생,학부모 등 교육수요자의 선택권을 늘려 교육의 국제경쟁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소수 비리사학의 사례를 빌미로 하여 사학을 옭아매고자 하는 이 사건 개정사학법은 시대에 역행하는 반개혁적 입법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이 사건 개정사학법에 대하여 즉각 위헌결정이 있어야 마땅할 것입니다.